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지금 이건 꿈인 것 같았다. 처음 술을 끊었을 때 이런 꿈을 많이 꾸었다 몇달 동안 술은 마시지도 않았지만, 아직도 이따금 술에 흠뻑 취해 망신당할 짓을 하거나 남을 다치게 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 안도감이 밀려올 때, 그때의 기분은 정말 대단했다. 나는 괜찮은 것이다. 나는 취하지 않았다. 그 전날도, 그 전전날도 취하지 않았다. 몇 달 동안은 그랬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일 것이다. 어쩌면 나는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한 것이 아닐 것이다. 잠에서 깨면 헤이즐든의 명상서와 일 년 동안의 금주를 선포하는 동전이 옆에 있을 것이다. (347페이지)
- 앤 리어리의 <굿 하우스>를 다 읽었다. 1/3까지는 그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화자의 젠체하는 톤이 영 거슬렸는데, 어쩐지 1/3이 지나자 나도 모르게 이 소설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녀의 그런 말투가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한 필사적인 위장술이라는 걸 알아차린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거의 후반에 나오는 저 문장을 읽었을 때는 약간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도 저런 경험이 있다. 이 모든 게 꿈이길 바라는 그런 순간. 어떤 시간들을 건너뛰거나 혹은 제발, 어떤 시간들로 돌아가 모든 실수를 바로잡고 싶었던 순간. 그녀는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는 술에 취하고 싶어서 자신을 속이고, 술에 취했을 때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또 다시 자신을 속인다. 하지만 우리들 중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속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장편 소설의 반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핵심이 되는 장면이 세 가지나 나온다. 나도 마지막까지 주저없이 밀어붙이는 그런 장편, 쓰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이 너무 길지 않았나? 싶다. 내 장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귀 기울여 들을만한 충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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