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잉골드에 따르면 사회의 계보적 모델은 가계도처럼 "점과 선으로 구성된 나뭇가지 모양의 기하학적구조"로 이루어지며, "각 개인의 삶은 혈통의 선의 의해 다른 점들과 연결되는 하나의 점으로 축소된다." 잉골드가 말하는 '관계적 모델'은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이와 같은 점이나 선이 없으며, 모든 "존재는 세계 속에서 자기 나름의 운동과 활동의 선으로 설명된다. 삶의 경로가 점과 점 사이를 잇는 길로 이미 펼쳐진 것처럼 점에서 점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돌아다님'이나 왕복이다." 잉골드에 따르면, 이런 삶의 양상은 개인에 대한 상이한 개념을 만들어낸다. 계보적 모델에서는 개인이 앞선 세대로부터 정체성의 세세한 부분까지 물려받는 반면, 관계적 모델에서는 "개인이 처음부터 스스로 조직화하려는 활동의 장소로서 생활세계 속에 위치지어진다." 따라서 잉골드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계보적 모델에서는 삶이 여러 세대 속에 둘러싸이는 반면 관계적 모델에서는 세대가 생활환경 속에 둘러싸인다."


<학살, 그 이후> 50페이지